필립스 곡선의 시대, 이제 끝난 것인가?

필립스 곡선의 시대, 이제 끝난 것인가?

톰슨에듀 이슈분석 │ July 6, 2017


1. 미 연준의 통화정책과 필립스 곡선의 관계

지난 6월 14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여 1.00~1.25%로 끌어 올리는 결정을 했다. 또한, 올해 추가 1회, 내년 중 3회 인상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 연준이 향후 금리인상의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러한 결정의 기준이 되는 잣대는 무엇인가? 금리결정의 대표적 근거는 아마도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일 것이다.

필립스곡선이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 안정적인 상충관계를 보여주는 곡선이다. 견조한 고용시장과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중요 정책목표로 강조하고 있는 미 연준, 그 중에서도 옐런 의장은 이러한 필립스 곡선을 굳건하게 믿으며 통화정책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일부 연준 이사들은 현실 경제와 엇박자를 내는 필립스곡선의 유효성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필립스곡선은 50년 전의 오래된 이론으로 더 이상 현실 적용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미 연준 통화정책의 핵심근거로 사용하기에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따라서, 본 이슈 페이퍼에서는, 필립스곡선에 대해서 알아보고, 현실에서의 필립스곡선의 한계점이 무엇인지 검토해보고자 한다.

2. 필립스곡선은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1) 필립스곡선의 탄생

뉴질랜드 출신 경제학자인 필립스는 영국의 명목임금 상승률과 실업률 간의 산포도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두 변수 간에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실업률이 낮을 경우, 노동시장에서 기업들은 구인난에 직면하고, 구인을 위한 경쟁이 생기면서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게 된다. 결국 실업과 명목임금은 반비례 관계에 있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이후 명목임금과 실업의 관계에서, 노동자의 생산성이 고정되어 있다면, 물가상승률과 명목임금의 상승률이 같기 때문에, 명목임금 대신 물가와 실업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물가와 실업간의 관계에서도 이와 같은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발견하고, 필립스의 이름을 따, “필립스곡선”이라 정의했다.


필립스곡선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간의 상충관계(trade-off)를 나타내는 곡선으로, 정책당국이 실업률을 낮추려고 할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려 한다면, 실업률이 높아져, 결국 실업률과 물가를 동시에 낮추는 것이 어렵다. 즉, 필립스곡선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의 두 목표를 추구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일종의 제약조건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2) 필립스곡선의 위기 : 오일쇼크
인플레이션과 실업 간의 상충관계를 보여주었던 필립스 곡선은 한동안 거시경제 정책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면서, 실업과 물가의 상충관계가 깨지면서 필립스곡선에 관한 회의감이 커져갔다. 즉, 오일쇼크 당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인 물가급등 현상이 발생했으며, 각국 경제마저 급격하게 침체되면서 물가와 실업의 관계가 역의 관계가 아닌 우상향의 관계로 전환하게 되었다. 물가와 실업이 역의 관계에 있다는 필립스곡선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방향을 설정했었지만, 우상향 관계가 되면서, 각국 통화정책 결정에 대 혼란이 발생했다.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상승한다는 것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상승하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상황을 의미한다. 당시 각국 통화정책의 핵심목표는 유가상승으로 과도하게 급등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었으며, 물가를 낮추기 위해 강한 긴축정책을 실시했는데, 이로 인해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는 원래 필립스곡선이 제시했던 인플레이션과 실업 간 안정적인 역의 관계가 항상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하며, 이후 필립스곡선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3) 필립스곡선의 부활
필립스곡선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통화주의 학자인 프리드만(M.Friedman)과 펠프스(E.Phelps)는 완전고용 하에서의 실업률을 의미하는 자연실업률 개념을 도입해, 기업과 근로자의 실질임금 변화율의 관계를 분석해, 필립스곡선을 성공적으로 부활시켰다. 프리드만과 펠프스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보다 높을 때, 실질임금은 낮아지고, 실업이 자연실업률보다 작을 때 실질임금은 높아지는 현상에 착안해, 실업과 자연실업률의 갭(U-Un)이 음의 관계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이러한 실질임금의 비율이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예상실질임금(W/Pe)의 비율과 같게 된다고 가정한 후, 필립스곡선을 도출하였다. 노동자의 명목임금은 노동자의 생산성이 고정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물가와 동일하기 때문에 물가(P)로 간주하면 다음과 같은 필립스 곡선식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P = Pe + h (U-Un), h < 0,

고전적 필립스 곡선은 아래 그림(왼쪽)에서처럼 우하향의 필립스곡선을 갖게 되어 물가와 실업간 음의 관계가 성립한다. 하지만, 프리드만과 펠프스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물가와 실업간 관계가 음의 관계가 성립하지만, 장기적으로 노동자의 물가에 대한 기대( e )가 바뀌면 필립스곡선이 위아래로 이동하게 되며, 실업은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수렴하면서, 결국 장기의 필립스곡선은 수직인 형태의 곡선이 된다. 그렇다면, 장기 필립스곡선이 수직이란 어떤 의미인가?

장기필립스곡선이 수직일 경우,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실업률은 다시 균형점으로 수렴하고, 실물경기의 변화는 발생하지 않은 채, 물가만 상승하는 결과를 나타낸다. 이러한 주장은 바로 통화주의가 말하는 정부정책의 효과로 귀결된다. 즉, 단기의 경기부양책은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에는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수렴하고, 자연실업률의 임계점(threshold)에 다다르면 물가가 급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정책의 효과성은 장기에 물가만 상승시킬 뿐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화폐의 중립성논의와 궤를 같이하게 된다.

3. 필립스곡선은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었나?

프리드만과 펠프스가 필립스곡선을 부활한 이래, 필립스곡선은 각국 통화정책의 근간으로 사용되어 왔다. 각국 중앙은행은 오일쇼크 이후 물가안정을 주 목표로 삼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실업의 증가, 일종의 희생률을 관리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금융위기 직후 실업율이 10%가 넘었다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는 자연실업률 수준(4.5%) 이하인 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립스곡선을 아는 사람이라면,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이하로 떨어졌는데 왜 물가가 급등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지난 5월 1.4%(전년동월비)로, 여전히 2%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이 떨어졌음에도 물가는 상당기간 동안 거의 제자리수준이다.

미 연준이 지난 6월 금리를 인상했던 근거 중 하나는, 실업률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어느 순간 물가가 급등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물가가 여전히 크게 상승할 것 같지 않다면, 이는 옐런의 실수인가 아니면 필립스곡선 자체의 문제인가?

미 연준의장인 옐런은, 추가적인 저실업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자극받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듯 하다. 실업률이 하락할 경우, 노동력 공급부족은 임금 인상을 부추기고, 총수요 충격에 의해 결국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것이다. 옐런은 또한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금리의 방향성에 대한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쌓는 준칙에 따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옐런 의장의 생각처럼, 실업률이 임계점에 다다른다면, 물가가 급등할 것인가? 만약 물가라는 변수가 다른 요인에 의해 실업과의 음의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통화정책은 어떻게 정당화 해야할까?

미 연준의 자연실업률 목표치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5.5% 수준이었다. 당시 10%이상의 높은 실업률이 상당기간 떨어지지 않자, 미국의 자연실업률이 사실상 상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실업률이 계속 떨어져 목표치인 5.5%이하로 떨어지자, 연준은 자연실업률 목표치를 4.7%로 하향조정했다. 이후 실업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미 연준은 자연실업률 목표치를 4.5%수준으로 계속 하향조정 해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연준이 예측한 자연실업률과 같은 수준인 4.3%에 이르렀는데도 물가는 여전히 상승하지 않고 있다. 이제 추가적으로 자연실업률 추정치를 낮춰야 하는가? 미 연준은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강조하며, 필립스곡선에 근간해 금리를 인상하는 조취를 취했지만, 이와 같이 자연실업률 추청 예상치를 반복적으로 낮추는 catch-up전략이 오히려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며, 또 필립스곡선이 과연 통화정책의 잣대로써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증가시킨다.

4. 필립스곡선의 한계점
필립스곡선은 물가와 실업간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통화정책의 준거로써, 노동시장의 균형과 총수요의 관계 경로를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다. 즉, 노동시장에서 실업자 수가 크게 줄어들 경우, 기업들이 서로 인재를 채용하기위한 경쟁을 할 것이며, 이로 인해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실질임금의 상승은 가계의 소비증가를 가져오며, 총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을 낳게된다. 이처럼 실업과 물가의 관계는 노동시장의 균형이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다. 하지만,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제3의 요인이 있어, 노동시장의 변화가 총수요측면의 경로를 통해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사실상 필립스곡선의 효과성은 성립할 수 없게 된다. 가령,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하락할 경우 필립스곡선의 논의에 따르면, 총수요증가에 의해 물가가 상승해야겠지만, 유가급락으로 인해 물가가 오히려 하락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요인이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요인이라면, 아마도 실업과 물가의 반비례관계는 성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1) 과거보다 복잡해진 경제구조
필립스곡선이 처음 나왔을 때인 1950-60년에는 경제구조가 지금에 비해 단순했다.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당연히 고용시장에 영향을 주고, 고용도 증가하고, 소비도 증가하면서 물가도 증가하게 되는 심플한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개방화된 경제로서, 실업감소에 따른 실질임금의 상승은 자국의 총수요 증가를 가져올 수 있지만, 해외제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실업의 감소가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분산된다. 또한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업과 물가와의 우하향의 관계라는 고전적 필립스곡선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 공급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필립스곡선
물가에 영향에 가장 많이 끼치는 것은 유가, 원자재 가격의 하락 등의 공급측면의 충격이다. 하지만, 필립스곡선은 공급측면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수요측면의 인플레이션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공급충격에 의한 물가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최근 유가의 하락세는 사실상 단기적인 요소라기 보다, 세일오일의 등장 등 원유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써, 물가에 지속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항구적(permanent) 요소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 이하로 하락했지만, 만약 유가하락세가 항구적 요소로써 간주된다면, 지속적으로 물가하락을 가할 것이기 때문에, 옐런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어느순간 물가가 급등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3) 실업률 하락이 실질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
실업률이 하락했음에도 실질임금이 상승되지 않는다면 총수요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이라는 필립스곡선 효과가 발생할 수 없다. 첫째, 미국의 실업률이 4.3%수준으로 금융위기 이래 크게 하락했지만, 실제 고용증가율은 정체되었다.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약1/4가량이 실제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에서 탈퇴하면서 실업률이 오히려 감소했으며, 금융위기 이전 66%수준의 미국 노동시장 참가율은 14년 말 62%로 하락하였다. 즉 실업률이 하락했다는 것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었기 때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총수요증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IT 및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우버택시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시간제 및 불완전형태의 고용이 증대되었지만, 시간제 근로의 경우 소득이 불안정하고, 정규직 대비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실질임금은 오히려 증가되지 않았다. 셋째, 금융위기 이후 미국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및 제조업 강화책은 제조업 분야의 고용은 증진시켰지만, 경제전체의 노동생산성은 둔화시켰으며, 노동생산성 위축은 실질임금의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5. 필립스곡선 이제 끝난 것인가?
미국 통화정책의 관점에서, 실업률이 하락했음에도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유는 통화정책이 유효성을 갖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립스곡선이 통계상의 유의미한 관계일 뿐, 실제 경제정책과 결과간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면 사실상 필립스곡선의 효용성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처럼 개방화된 경제에서, 물가나 실업에 미치는 외부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외부변수가 고정되어 있다 간주하고 노동시장과 총수요의 관계만을 고려한 필립스곡선은 사실상 현실설명력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필립스곡선이 한계점이 있음에도, 통화정책의 변하지 않는 철칙으로 간주하고, 또 자연실업률 추정치까지 바꿔가면서까지 따라야 할 경제 철직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 추가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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