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조업의 성공 비결
톰슨에듀 이슈분석 │ June 23 2017
1. 독일경제, 유럽의 병자에서 성장엔진으로

“유럽의 병자(The sick man of Europe)”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경기 침체에 빠져 허우적대는 독일경제를 비유하던 표현이었다. 독일 경제는 1990년 통일 당시만 해도 7%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과시했지만, 통일 이후 동독지역의 경제 붕괴, 과도한 재정부담 등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실업률이 11%에 다다르는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의 독일경제는 어떠한가? 유럽 재정위기의 지속에도 불구하고, 2016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1.9%, 실업률은 4.1%로 정상 궤도를 찾았으며, 청년실업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에만 해도 저성장·고실업의 문제를 안고 있던 독일경제가 이제는 유럽의 병자가 아니라 성장엔진으로써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독일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탄탄한 제조업’ 역량으로 간주된다. 독일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선진국 중에서 제조업 비중이 하락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제조업은 여타국의 모방이 쉽기 때문에, 투입 비용대비 효율화가 중요해 인건비가 높은 선진국에서 제조업 비중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독일은 선진국임에도 어떻게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또 제조업에 기반해 유럽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따라서, 본 이슈페이퍼에서는 독일제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 3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우리나라 경제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2. 독일 제조업이 경쟁력 있는 3가지 이유
독일 제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 데에는 노동시장 개혁, 기업의 전략과 제조업중심의 정부정책, 유로존 확대라는 환경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독일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극도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노동자들의 반발 속에서도 고강도의 노동시장의 개혁을 이루었으며, 우호적 정부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위기 속에서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는 강소기업들을 육성할 수 있었고,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유로존 시장 확대는 독일 제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1) 하르츠 개혁을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2000년대 중반 10%에 달하는 초고실업에 시달렸던 독일은 슈뢰더 총리 집권 이후 경제-사회부문에 걸친 광범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하르츠 개혁’으로 명명된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를 단행하고자 했다. 하르츠 개혁안은 정리해고 요건 완화, 실업수당 삭감,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으면서, 노동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독일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 Hartz 입법안의 단계별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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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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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tzⅠ법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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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신규 고용의 확대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을 위한 개혁 (노동시장의 현대적 서비스에 관한 첫 번째 법률) ∙ 노동청의 직업교육훈련 지원 및 보조금 지급 ∙ 실업자 임시 고용해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을 돕는 인력알선대행사 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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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tzⅡ법 (2003) |
ㅇ 저임금 근로(Mini-Job,Midi-Job)에 대한 세금 혜택 부여 ㅇ 장기실업자를 관리하는 직업센터(Job Center)설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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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tzⅢ법 (2004) |
ㅇ 노동청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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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tzⅣ법 (2005) |
ㅇ 장기실업자 실업급여 축소(기존 32개월 → 12개월) ㅇ 신규 고용보호 완화 |
하르츠개혁을 간략히 요약하면, 첫째로, 고용유연화를 위해서 시간제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었다. 시간제 고용(Mini-Job,Midi-Job)에서는 고용주의 사회 부담금을 감면해주면서, 고용유연화를 유도했다. 둘째, 연방 고용청을 직업알선센터로 개편하여 직업알선 및 직업훈련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실업의 상태를 최소화하고, 근로자의 직업능력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셋째로, 실업급여 수혜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을 장려했으며, 이를 통해 장기실업률을 낮추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을 유도하려는 장기실업자 실업급여 축소 조항은 가장 큰 공분을 샀다. 결국, 2004년 3월에는 베를린을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50만 명이 하르츠법 반대 시위를 열었는데, 이는 제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에도 하르츠 개혁을 그대로 단행했던 이유는 슈뢰더 총리의 강력한 개혁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합의가 도출되었던 상황이라, 슈뢰더 총리는 노동자의 반발에도 꿋꿋하게 개혁을 지속해 나아갈 수 있었다. 한편 이당시 노조의 반발이 있었지만, 1990년대 초, 독일통일과 소련붕괴 이후, 독일에 저임금·고숙련 노동자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노조의 힘이 약했었다. 또한, 당시 여당이었던 사민당 정부와 노조가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었기 때문에, 사민당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독일노총으로 시위마저도 크게 확산될 수 없었다. 이처럼 개혁에 우호적 환경아래, 하르츠 개혁이 성공하게 되면서, 단위 노동투입비용이 여타 유럽국가 대비 크게 낮아지면서 독일제조업의 경쟁력이 커지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일자리도 점점 증가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고용인구가 4천만 명을 다다르게 되었다.
2) 독일 제조업의 틈새전략
독일 경제는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선진 국가들과 비교할 때 특이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오르자, 성장과 고용의 창출을 위해서 내수와 서비스업 발전에 중점을 두었다. 반면, 독일은 GDP 생산 중 제조업의 비중을 유지하면서, 제조업 틈새를 발굴하고 강한 수출주도형 경제를 고수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주변국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비스 강국이라고 불리던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들은 경제적 위기에 크게 흔들렸지만, 독일은 금융위기 후 타격을 가장 받지 않은 나라였다. 이처럼 독일경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자신의 강점을 지닌 제조업을 고부가 가치화하는 틈새전략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독일은 고기술 분야에 특화된 산업생태계하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을 해왔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독일은 중소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중소기업은 직접수출은 물론 독일 내 대기업에 부품과 소재, 서비스 등을 대거 공급하는데, 이를 통해 해외수출에 기여하고, 경제부흥을 이끌었다. 독일의 강소기업들은 전체 기업의 99.7%에 해당하며, 매출액 규모 역시 전체의 39.1%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고용창출도 전체의 60.8%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아닌 중간·강소기업 위주로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조업이 독일경제의 경쟁우위라 할 수 있다.
둘째, 독일의 특징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현장 실습형 직업교육이 제조업에 숙련인력을 꾸준하게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제조업을 고부가가치화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정부 주도하에, 체계화된 직업 훈련을 통한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으로 인력의 미스매칭이 완화되었으며, 잘 나가는 제조업기업이 등장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임금격차도 해소되면서 중소기업에도 숙련노동자의 공급이 원활해지게 되었다.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2015년 기준 36%로 선진국 중 가장 낮은 편이지만,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 따르면, 숙련 인력과 노동 생산성 등은 세계 1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굳이 대학을 진학하지 않아도 제조업체가 중심이 된 현장 실습이 강화된 직업교육(Dual System)을 통해 숙련인력을 양성시켰기 때문이며, 이러한 숙련인력은 다시금 강건한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셋째, 강소 중견 제조업 중심의 성장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기업을 일컫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대량으로 육성시켰으며, 이들 기업들은 독일 제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역할을 하고 있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평균 60년 이상 존속해왔으며, 평균 매출액이 4500억원 이상, 연평균 성장률이 9% 이상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수출 점유율 1-3위를 기록한다. 독일에서만 이러한 히든챔피언 기업들이 1300개 이상이며, 전세계 히든챔피언 기업 중 절반이상이 독일기업이라 할 만큼 독일제조업은 독일경제를 뒷받침하는 견인차역할을 해왔다.
<그림 1. 세계의 히든챔피언 기업, 출처 : Simon-Kucher & Partners(2015)>
3) 독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유로존 시스템
유로존 내 19개국은 유로화라는 통화(currency)를 함께 사용한다. 통화(currency)는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펀더멘털을 반영한다. 즉 어떤 국가경제가 호황일 때, 글로벌 투자자들은 해당국가에 투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해당국가의 통화의 수요증가로 강세가되고, 불황일 때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유로화는 유로존 19개국 중 과연 어떤 국가의 경제 펀더멘탈을 반영하게 될까? 아마도 유로화는 유로존 국가경제 펀더멘탈의 평균 수준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펀더멘털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튼튼한지 나타내는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성장률(GDP), 고용, 경상수지 등이 펀더멘털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다.
독일은 유로존 내에서 이러한 지표들이 가장 높은 국가로서, 기초체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므로, 독일의 원래 화폐인 마르크화를 사용한다면 마르크화는 상대적인 강세를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유로화가 유로존 국가의 평균 펀더멘탈을 반영하게 된다면, 아마도 독일은 마르크화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화폐(유로화)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독일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물건을 만들어 수출할 수 있게 되어,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될 수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비교우위인 상황에서, 통화제도 마저 독일에 유리한 구조가 되기 때문에 독일의 수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독일의 경상수지는 2000년 이래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했으며, 규모면에서 유로존 여타국가와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림 2. 유로존 경상수지, 출처: IMF>
하지만, 이러한 유로존 자체의 구조적 요인은 유로존의 위기를 불러오는 문제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리스, 스페인 등의 남유럽은 자국의 펀더멘털 보다 고평가된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었고, 유로존에 속해있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을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에 직면했다. 즉 유로존 통합으로 통화와 환율정책은 유럽중앙은행이 관리하기 때문에, 결국 각국 정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재정적자규모가 확대되어 결국엔 재정적자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요컨대, 유로존 시스템은 독일에게 사실상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유로화를 사용함으로써 독일 제조업은 여타 국가대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었으며, 유럽연합이라는 단일시장의 확대는 특히 제조업 중심의 수출국가인 독일경제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
4. 시사점
독일의 노동 기적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하르츠 개혁은 실업률을 해소함과 더불어 독일 제조업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제공한 독일경제 성장모델로 간주되고 있다. 다. 하지만, 노동유연화를 목표로 한 하르츠 개혁은 고용의 질 악화, 시간제 일자리 양산, 소득양극화 심화 등 수많은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했다. 슈뢰더 총리는 하르츠 개혁으로 지지 세력들이 이탈하면서 재선에 실패하기도 했다. 독일경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단순히 노동시장 개혁을 넘어, 독일에 독특한 경제 산업적 구조, 제조업 중심의 정부정책, 더 나아가 유럽연합이라는 단일시장과 유로화사용이라는 복합적 요건에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수출에 의존을 해온 국가로써, 제조업에 특화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출경제가 일정 궤도에 이르렀기 때문에, 성장과 고용의 창출을 위해서 내수와 서비스업 발전에 중점을 두어 경제구조를 개편하자는 논의가 많아지고 있다. 독일경제의 성공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우리의 강점을 어떻게 극대화해 차별화 또는 특화를 할 수 있느냐 일 것이다. 독일이 제조업 고부가가치화를 하니 우리도 제조업 고부가가치화 하고, 여타 선진국이 서비스업이 확대되니 우리도 서비스업 활성화하자는 논의가 아니라,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우리만의 성공방정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IT와 정보통신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가지는 바, 제조업과 ICT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