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정책의 트라일레마(Trilemma)
톰슨에듀 이슈분석 │ June 13, 2017
1. 트럼프노믹스의 세 가지 핵심축
트럼프노믹스란 트럼프 美대통령이 자국 경제성장률을 개선시키고, 미국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 정책을 말한다. 트럼프노믹스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축은 1) 감세 2) 투자 활성화 3) 무역적자 축소이다. 하지만, 이 3가지 정책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트럼프 경제정책은 사실상 3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트라일레마(trilemma)”에 직면해있다. 딜레마란 두가지 선택변수에서 반드시 한 가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말하지만, 트라일레마(trilemma)란 3가지 변수 중 두가지를 선택하고, 한 가지는 반드시 포기해야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세가지 목표 중 동시에 달성 불가능한 변수는 무엇인가?
감세를 통해 기업의 수익을 증대시키고 고용을 활성화 하는 것,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등 투자를 활성화하며 경기회복을 이끌어 내는 것은 동시에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감세 및 투자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35년간 지속된 미국의 무역 적자도 해소될 수 있을까? 본 이슈페이퍼에서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문제에 대해 한번 살펴보고,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와 투자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어떻게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고 하는지에 관한 논리의 모순점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2. 35년간의 무역수지 적자, 괜찮을까?
미국은 1982년 이후 35년간 무역수지 적자를 겪어왔다. 미국은 어떻게 35년간 무역수지 적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나라가 그렇게 오랫동안 무역수지 적자를 겪었다면 아마도 벌써 국가부도가 났을 것이다. 한 국가의 무역수지가 적자라면,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보다 수입으로 지급한 외화가 많기 때문에 외화를 차입해야 한다. 무역적자가 계속될 경우, 계속적으로 외채가 누적되게 되며, 국가의 지불능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국가신용도도 떨어지고, 국제시장에서 차입마저 어렵게 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기축통화 국가로써, 달러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과 시뇨리지 (Seigniorage) 효과 등으로 장기 무역수지 적자임에도 과도한 비용을 치루지 않고서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도표1. 미국의 무역적자 추이>
1) 달러화 자산선호와 달러 리사이클링
달러화는 기축통화(key currency)로써, 글로벌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되며, 각국 외환보유고의 준비자산과 안전자산(safe havens)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각 국은 달러화 및 달러표시 자산을 선호하게 된다. 가령, 미국과 무역시 흑자가 발생한 국가는 자국으로 과도한 달러유입이 통화강세와 물가상승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무역수지 흑자의 상당부분을 달러표시 주식이나 채권 등의 미국 자산을 매입하는데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달러표시 자산을 갖게 되는 경우, 안전자산으로써 위험분산 효과와 더불어, 이자, 배당금, 자본이익의 형태로 투자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외의 투자자는 달러표시 자산을 선호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컴퓨터, 자동차, 가구 등의 제품을 컨테이너에 실고 온 수출국 선박이, 제품판매로 받은 달러로, 미국의 주식과 채권 등 달러표시 자산으로 컨테이너선을 가득 채워 회항하는 경우와 비유될 수 있다. 미국인들이 수입하느라 외국에 지출한 달러는 결국 다시금 미국으로 유입되는 달러 리사이클링(dollar recycling) 현상이 발생되고 있으며, 이로인해 미국은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으며, 장기의 무역적자부담을 갖지 않게 된다.
2) 기축통화국의 화폐주조차익(Seigniorage)
화폐의 액면가에서 화폐제조와 유통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시뇨리지 또는 화폐주조 차익이라 한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써, 달러를 발행해 전세계에 유통함으로써, 막대한 화폐주조차익을 누리고 있으며,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시뇨리지 잔액(balance)이 약 1,900억(미국 GDP의 약1%수준) 달러에 다다른다. 미국은 전세계 달러화 유동성 공급 역할을 해오면서 기축 통화국으로써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시뇨리지 효과 덕택에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됨에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요컨대, 미국은 자국에서 벌어들인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달러자산에 대한 선호와 시뇨리지 효과 등으로, 큰 대가를 치루지 않고서도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즉, 무역수지 적자의 지속은 부채의 증가를 의미하지만, 이러한 부채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외신용도 하락과 차입제한이라는 큰 대가를 치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종의 값싼 부채(cheap borrowing)과 같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미국은 35년 이상 무역수지 적자를 유지하며 견뎌올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잘못된 FTA체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고, 무역수지적자 해소가 결국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3.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수지 회복방안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와 투자활성화를 통해 공급측면에서의 생산성 향상과 제조업의 복원을 통한 수출증대, 더 나아가 FTA 재협상 등 보호주의적 조치를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회복하고자 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수지 회복방안의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1) 생산성 증진 정책을 통한 무역수지 적자회복 ?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2000년 중반이후 정체된 미국의 노동생산성을 증대하고자 하는 공급측면에서 접근을 취하고 있다. 즉, 노동생산성이 증가할 경우, 총생산이 증가할 것이며, 설령 소비와 투자가 설령 증가하더라도 총저축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으며, 이로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될 수 있다. <표1>에서처럼, 생산성 증가로 한 국가의 국민총생산(Y)이 증가하게 될 경우, 소비와 투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총 저축은 증가할 수 있으며, 이로인해 순수출(X-M)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경제는 2014년에서 2024년 사이에 성인인구가 거의 9%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65세이상은 약 38%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어서, 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 증가율이 2.3%정도를 차지해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2.3%의 수준의 총요소생산성 증가는 1949년 이래 달성한 적이 없는 이상적으로 높은 수치이며, 설령 트럼프행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생산성 증가가 달성된다 해도, 적어도 단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생산성확대는 미국자산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켜 달러강세가 심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수출보다 수입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경상수지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둘째, 생산성이 크게 증대될 경우, 소비자들은 높은 수준의 임금수준 향상을 예상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저축보다는 소비를 증대시킬 것이기 때문에, 경제전체적으로 총 저축이 오히려 감소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 과거 1990년대에, 미국의 기술진보와 같은 생산성 증가가 발생했을 때, 실제 저축이 감소했었으며,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생산성향상을 통한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겠다는 트럼프 경제정책은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
2) 미국기업 회귀를 통한 순수출 개선정책
최고세율 39.6%의 높은 법인세로 인해 다수의 미국기업은 해외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자국 송금시 발생하는 법인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상당자금을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다.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해외로 유출된 자금이 약 $2.5조로 추산되고 있으며, 마치 타국에서 생산하는 것처럼 ‘위장 장부’를 만들어 세금을 회피하는 기업들까지 포함한다면 이 수치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트럼프행정부는 법인세율을 크게 낮춰 다수의 미국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해 생산하거나, 혹은 굳이 위장장부를 만들지 않고 자국생산으로 기입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자 한다. 메릴린치의 계산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보고된 무역수지 적자가 1/2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대규모 법인세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했지만, 무역수지와 재정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에 직면하게 되면서 어려움에 빠진 적이 있다. 2011년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자금의 약 54%가 외국 통화표시로 되어있어, 이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될 경우에는 달러수요 증가로 달러강세가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오히려 수출이 감소하게 되고, 결국 무역수지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다시금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조치를 더욱 강화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세계교역의 위축과 경제전체의 후생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감세정책과 무역적자 축소는 사실상 양립하기 어려울 수 있다.
4. 트럼프노믹스의 한계: 무역수지 적자회복을 위해서는 저축증대 필요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감면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마치 ‘펌프에 마중물 붓기(prime the pump)처럼 바라보며, 이를 통해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한다. 하지만, 감세와 투자확대는 달러화 강세와 이에 따른 소비증가를 가져와 무역수지 적자가 회복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트럼프노믹스의 3가지 핵심축(감세정책, 투자확대, 무역수지 적자해소)은 트라일레마적 모순에 빠져있으며, 단기적으로 무역수지 적자확대가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누구도 트럼프노믹스를 성공 또는 실패로 규정짓기 어렵겠지만, 경제적 논리와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정부 지출의 확대 및 투자 활성화 정책은 무역적자의 축소와 양립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