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환율제도, 왜 차단효과가 발생하지 않는가?
톰슨에듀 이슈분석 │ July 25, 2017
1. 금융의 세계화와 IMF위기
“브라질에서의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트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1972년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가 언급한 나비효과처럼, 우리는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세계경제는 상호 의존적이고, 한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여타국가에 영향을 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1997년 태국에서 바트화 폭락했을 때, 아시아 전체국가로 위기가 전염 되는데는 불과 몇 일도 걸리지 않았으며, 우리나라는 그해 11월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결국 이듬해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었다.
IMF이후 우리나라는 자유변동환율제로 전환했으며, 혹독한 구조조정과 고실업이라는 아픔을 딛고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의 외환부족으로 휘청이긴 했지만, 2017년 6월말 기준 외환보유고가 3,806억불로 사상 최고수준으로 이제 대외위기에 비교적 안전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IMF위기가 발생한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현재, 우리나라는 대외적 위기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변동환율제도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대외충격에서 완전히 차단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변동환율제를 취할 경우 대외 충격시 환율만 변화할 뿐 대외충격이 국내경제에 전이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차단효과가 왜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
2. 자본이동의 세계화와 고정환율제의 딜레마
1) 고정환율제도하 대외충격 전이현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부분 안정적 수출을 위해 중앙은행이 환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고정환율제도를 선호했다. 가령, 수출이 증대되어 100만 달러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환율이 하락해야 하지만, 고정환율제도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100만 달러를 매수함으로써 환율은 원래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달러를 매수하면서 반대급부로 원화(통화량)가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고정환율제에서는 달러의 유출입이 즉각적으로 통화의 증감을 가져온다. 즉, 달러가 유입되면 국내통화량의 증가, 반대로 달러가 유출되면 국내통화량의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대외충격이 즉각적으로 국내로 전이된다고 한다.
물론 중앙은행이 개입시 발생하는 국내통화량 증감을 막기 위해, 통화안정채권(이하 “통안채”)을 발행해 시장에서 매도 또는 매수를 함으로써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 중화정책(sterilization policy 또는 불태화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개방으로 유출입되는 자본규모가 확대될 경우, 중화정책으로 통화량의 증감을 막는데는 사실상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고정환율제일 경우, 대개 자본이동의 확대될 경우 외환의 유입은 국내통화량의 증가, 외환의 유출은 국내통화량의 감소를 가져온다고 추정할 수 있다.
2) 자본이동 자유화와 고정환율제의 딜레마
고정환율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외환의 유출입이 발생할 경우 중앙은행이 매번 외환시장에 개입해 외환수요와 공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자본유출입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중앙은행은 외환유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통화량의 증감을 중화정책으로 충분히 상쇄하면서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이동이 확대될 경우에는 중화정책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국내통화량 변화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가령 자본시장 개방으로 해외에서 달러가 대규모적으로 유입될 경우, 필연적으로 국내통화량이 증가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자칫 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자금유출이 대규모적일 경우, 환율을 고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고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바닥나고, 국내통화량이 급격하게 위축되 경기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 이처럼, 자본이동의 자유화는 고정환율제를 취하는 국가에게는 거품생성과 붕괴라는 큰 위험을 유발할 수 있어, 상호 조화될 수 없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크루그먼(Krugman)은 이처럼 고정환율제, 독립적 통화정책, 자본이동의 자유 간 조화될 수 없는 상황에 관해, 불가능한 삼위일체설 또는 삼자택일의 딜레마(trillema)라 언급했다.
3) 고정환율제하 동아시아 외환위기
문제는 1990년대 들어 고정환율제도를 취했던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발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1995년 OECD에 가입하면서 자본시장을 개방했다. 하지만,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고정환율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초기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경우만 해도, 자본유입과정에서 중앙은행들이 시중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국내통화량이 증대되면서 경기부양효과가 있었지만, 그 규모가 확대되면서 시중유동성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결국 거품이 양산되었다. 당시 미국이 금리인상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자금유출이 본격화되었으며,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의 달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국내통화량 감소(금리상승)했으며 거품이 붕괴하게 되었다. 거품붕괴로 인해 투기성 자본들이 일종 집단행동(herd behavior)양상을 보이며 급격하게 유출되었으며,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금새 바닥나게 되었다. 결국 1997년 7월2일 태국정부는 이를 감당하지 못한채, 고정환율제도를 포기선언을 하게 되었고,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위기는 주변 동아시아 국가로 급격하게 확산되었던 것이다.
3. 변동환율제로의 전환과 차단효과
고정환율제도를 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도를 좀 더 일찍 택했었더라면 혹은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겪지 않았었을지도 모른다. 고정환율제도하 자본이동의 확대는 사실상 조화되기 어려운 정책의 조합이라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인해 IMF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하게 되었다.
1) 변동환율제도하 차단효과
변동환율제도(floating exchange rate system)란, 중앙은행이 환율을 고정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던 고정환율제도와 달리,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자유로이 환율이 결정되는 제도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환율이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동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개입할 필요가 없으며, 또 그 과정에서 국내통화량의 변화도 없게된다. 가령 우리나라 수출이 증대되어 100만 달러가 유입될 경우, 환율만 하락할 뿐, 중앙은행이 개입해 달러를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통화량의 변화가 없게된다. 따라서, 변동환율제에서는 해외에서 달러가 유입 또는 유출되건 국내통화량의 변화가 없게 되며, 이를 차단효과(isolation)라 한다. 대외충격이 발생해 달러가 유출되도 국내통화량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대외충격으로부터 차단효과가 생기게 된다.
동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IMF위기 이후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취함에 따라, 이제는 과거와 달리 급격한 전염현상(contagion effect)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대외충격이 발생할 경우, 환율만 변화할 뿐, 중앙은행 개입에 따른 통화량 증감이 없기 때문에, 대내적으로 상당히 안정화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출중심의 국가이기 때문에, 환율의 급등락은 오히려 수출에 불리한 영향을 줄수도 있으며, 환율의 급변할 경우 국가경제 펀더멘탈을 관리하지 않을 경우 자칫 핫머니의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동환율제도로의 전환은 과거와 같은 대외충격의 급격한 전염현상을 막을 수 있었고, 또 대내건전성 강화의 필요성을 증가시켰다는 점에서,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분명 고정환율제도보다 우월한 제도라 평가될 수 있다.
2) 현실에서 변동환율제도의 차단효과 잘 성립할까?
변동환율제의 차단효과에 따르면, 대외충격이 발생할 경우 외환시장에서 환율만 변동될 뿐 대내적으로 대외충격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가령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순수출이 감소하고 달러자산이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변동환율제도에서는 중앙은행이 개입해 달러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외환보유고의 달러가 줄어들지 않게 되며, 외환시장에서 단지 환율만 상승하게 된다. 이때 환율의 상승은 순수출을 증가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출감소에 위축된 경제는 원래 수준으로 다시금 회복할 수 있다. 변동환율제도일 경우,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충격(미국 경기침체)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연 이러한 차단효과가 성립할까? 미국경기가 침체되어도 과연 우리나라는 영향받지 않는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4. 변동환율제도 하 왜 차단효과가 성립되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이론과 달리 여전히 차단효과가 완전히 성립하지 않는다. 가령,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떠올려 보면, 미국의 경기침체는 변동환율제도 채택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가져왔다. 왜 현실에서는 변동환율제의 차단효과가 낮은 것일까? 그렇다면 변동환율제도로의 전환은 위기의 차단막이 될 수 없단 말인가?
1) 환율상승시 수출증대제약 : 마샬-러너조건의 불성립
변동환율제하 대외충격이 발생할 경우, 수출이 급감하게 되더라도 환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다시금 흑자가 되어 대외충격이 국내로 전이되지 않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환율상승시 수출증가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오히려 단기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가 되는 J-curve효과가 더 일반적이어서, 환율상승시 수출이 증가되는 조건인 “마샬-러너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율상승시 수출이 증대되기 위해서는 첫째,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해 수출이 크게 증가하거나 또는 수입품가격이 인상되어 자국의 수입수요가 크게 감소되어야 한다. 하지만 수출품의 성격상 가격탄력성이 크지 않은 상품의 경우, 가격을 낮출 경우 오히려 총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에, 실제 환율이 상승해도 기업들이 수출품가격을 즉각적으로 인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일본의 달러환율이 상승했을 때, 일본기업들은 마진중심 정책을 펴면서 수출품의 가격이 낮추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실제 수출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었다. 둘째, 자국과 외국의 수요가 수출입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수출품 가격이 하락할 경우, 외국의 수입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또 수입품 가격이 상승할 때, 자국의 수입수요가 탄력적으로 감소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가간 가격경쟁이 심하고, 수출품 가격이 일부 하락한다고 해, 외국의 수입수요가 크게 증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에너지와 같은 원자재 또는 부품, 반가공의 형태의 중간재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수입가가 올라간다고 해서 즉각적으로 수입수요를 줄일 수가 없기 때문에, 환율 상승시 오히려 수입이 수출보다 더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환율변화시 수출입품의 가격과 수출입이 탄력적으로 변화하지 않게 된다면, 대외충격으로 환율상승시 무역수지가 오히려 적자가 되어, 차단효과는 성립하지 않은 채 대외충격이 그대로 국내에 전이될 수 있다.
2) 불완전한 자본이동시 또는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시
변동환율제도의 차단효과는 사실상 자본이동이 완전히 자유롭다는 가정 하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본이동은 불 완전한 경우가 많으며, 변동환율제도를 택한 국가라 할지라도,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자본이동이 불완전할 경우, 대외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환율이 즉각적이고 완전하게 변동하지 않게 될 경우 순수출 크게 개선되지 않아 차단효과가 성립하지 않게된다. 또한 변동환율제도임에도 중앙은행이 시장에 자주 개입하게 될 경우, 국내통화량의 변화를 가져와 결국엔 고정환율제도와 같은 전이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가령 경상수지가 사상 최고의 흑자일 경우, 대개 환율이 하락해야하지만, 환율의 과도한 하락을 막기위해 중앙은행이 개입한다면 국내통화량이 증가하게 되는 전이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자본이 불완전하거나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경우, 대외경기의 침체시 차단효과를 가질 수 없다.
3) 교역조건 변화시 차단효과 붕괴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란, 한 국가가 어떤 국가와 교역 시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는가를 수출재와 수입재의 가격으로 표시한 것으로, 대개 수출재의 가격을 수입재의 가격으로 나누어 표시한다. 교역조건은 대개 환율 또는 물가가 변동할 경우 변동하게 된다. 가령 환율 상승시 수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교역조건이 악화될 수 있으며, 교역조건 악화는 구매력 기준으로 국내 실질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대개 소비를 단기에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소비보다는 저축을 줄이게 되는데, 국민소득 항등식상 저축의 감소는 오히려 무역수지 적자를 더욱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로슨-메츨러-하버거 효과”라 정의한다. 결국, 환율변화시 현실적으로 교역조건이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무역수지가 오히려 적자가 되면서 변동환율제하에서의 차단효과가 붕괴할 수 있게 된다.
5. 시사점
올해 7월2일은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한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해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IMF위기를 교훈삼아 대부분 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하였으며, 외환보유고도 확충하고 금융시스템도 효율화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하지만, 변동환율제도로의 전환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외충격으로부터 완전한 차단막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자본이동은 사소한 금리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환율의 변동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환율변동에 따라 수출입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대외경기가 악화될 경우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오히려 수출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제이론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변동환율제의 차단효과는 크지 않다. 금융시장의 위기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지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변동환율제도에 만족하기 보다, 잦은 시장개입을 지양하고, 거시 경제 전반의 펀더멘탈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